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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15

2024. 3. 13.

모두들 건축경기가 어렵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하소연 하고 있다. 

나로선 아직은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계속 있던 시절이 없어서 그런지 크게 다르지는 않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눈앞에 오기도 전에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것까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현재 민간 프로젝트는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향산리 안마당집 주택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현재 착공 신고까지 완료한 후 대지 토목 공사를 마무리했지만, 대지로 진입하는 유일한 출입 도로 중 일부를 개인 소유의 땅이라는 이유로 무단 점유하고 파손한 일이 벌어져 건축주는 군청 여기저기 다니면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황 도로로 지정되어 허가받은 건축 외에 다른 건축물까지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행위는 당연히 불법의 소지가 크지만 현실에서 해결 방법은 서로간의 협의나 소송 밖에 없는 듯 하고, 이런 상황에서 군청은 한발 빼고 있는 모양새다. 여러 모로 금방 해결될 지 않을 것 같은 상황으로 보인다.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면, 지금쯤 주택이 완성되어 presskit 과 2호 집에 대한 구상을 건축주와 함께 하고 있었을 시기이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건축주가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은 아니니 상황이 나아지기를 천천히 기다리고 있다.

 

향산리 안마당집

 

향산리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사무실을 운영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2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학교 공간 개선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고 계속 할 수 있게 되어 지금까지 고등학교 두 곳, 초등학교 두 곳을 공간 기획 업무부터 실시 설계까지 하면서 사무실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까지 네 개 학교를 하면서 실무 과정에서 많은 경험이 있지 않은 학교 시설에 대한 이해도와 교육청과 학교의 관계 그리고 교육청마다 진행되고 있는 공간 기획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 경기도 교육청은 가장 큰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고마움과 동시에 사업비와 프로그램 운영 등의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나온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기초로 지금은 울산 교육청의 다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올해는 이화중학교와 함께 공간기획업무를 계속 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기간이 종료된 서울시 교육청 공간기획가 인력풀에도 2년 연장해서 계속 이름을 계속해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경기도 교육청은 경기도의 규모가 크기도 하거니와 매칭 시스템이 야생을 방불케 정글에 풀어놓는 방식이라 재빨리 눈치싸움과 학교와의 협의로 계약을 이끌어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처음 인력풀에 올라간 후 공간 기획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의 경험이다. 교육청에서 올해 공간기획프로젝트를 진행할 약 70~90개의 학교 리스트를 보내준다. 리스트 속에서 사업비가 너무 크거나(수의계약 범위 이상) 학교에 방문할 일이 많기 때문에 집이나 사무실에서 거리가 너무 먼 곳을 제외하면 10~15 정도의 학교로 정리된다. 한 명의 공간기획가가 두 개 학교와 계약이 가능하므로 열심히 학교와 컨텍하여 선점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여성 기업인 공간기획가는 여러모로 유리함을 가지게 된다. 계약 방식이 수의계약이므로 여성 기업은 계약 금액이 5천만원까지 가능하고, 일부 학교는 공간 기획 범위가 매우 커서 공간 기획 업무에 이어 실시설계까지 연장해서 맡기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여성기업을 찾게 된다. 공간기획가 인력풀에 여성기업은 한정적으로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은 1년에 두개 학교를 맡게 되면 실시 설계까지 4~5천 짜리 프로젝트를 한 학교당 2개씩 연속적으로 가지게 되는 방식이다. 이럴 때는 여성과 남성이 무슨 차이를 가지게 되어서 이런 불합리함을 가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회 문제를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니 그렇다는 것만 남겨두려고 한다.

 

첫 해에는 경력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상황이라 여러 학교에 적극적으로 전화도 하고 찾아가기도 하면서 고색고와 권선고 두 학교와 공간 기획업무 및 실시설계까지 연장해서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되돌아 보면 공간 기획업무의 미숙함이나 실시설계 및 사업비 관리의 미숙함이 드러난 프로젝트였지만, 이 사업에 대해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생각보다는 더 한정된 사업비, 적극적인 선생님과 비적극적인 선생님, 즐겁게 참여하는 학생과 끌려온 학생과의 워크샵 등 내가 어떻게 공간기획 워크샵을 준비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결과물이 도출되며 그것은 전적으로 공간기획가의 의지에 달렸다고 느껴졌다. 첫 해에 공간기획 업무를 진행하면서 특히 아쉬웠던 것은 워크샵을 기획하고 아이들과 만나면서 재미있게 학교에 있으면 좋을 공간들을 구상해도 일부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이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그저 환경개선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에 어느새 그 분들을 설득하는 역할까지 공간기획가가 하고 있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역할을 적극적으로 교육청에서 맡아서 해주고 사후에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설문조사가 아니라 방문하고 지켜보면서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완성된 사업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한 사업비가 너무나도 터무니 없기 때문에 10을 계획하고 나서 5를 완성하면 다행인 상황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모든 난관을 빠져나왔다 싶을 때, 입찰로 참여한 시공 업체에 따라 공사의 퀄리티가 천차만별이 되기도 했다. 기획업무에서 즐겁게 진행하던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완성되면 불만과 안타까움이 공존하게 되면서 나의 역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경험이었다.

 

두번째 해에는 좀 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보고자 초등학교 공간드림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학교와 전화하고 찾아뵙고 한 결과 두 학교와 함께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와 확실히 다른 점은 학부모님들의 열성적인 참여의지와 선생님들도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학업 성취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즐겁고 다양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노력하고 계신다는 점이었다. 신축과 구축이라는 장소적인 다름도 두 개 학교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동력을 잃지 않고 진행 할 수 있는 즐거움 이었다. 다만 이 두개 학교 역시 실시 설계에 들어오면서 인테리어 및 가구 제작 경험의 부족함으로 인해 사업비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으나 많은 작업들이 변경되어 납품하게 되었다. 지금은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완공되면 학교에 연락해 피드백을 받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남기지 못했던 준공 사진을 필히 남겨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올해 벌써 세번째 학교 공간기획 업무를 울산의 이화중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경기도 교육청의 공간기획업무를 주로 하다가 울산 교육청과 작업을 하다보니 울산 교육청만의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우선 울산은 10개 이하의 사업을 진행하고 올해는 5개 학교만 진행하다보니 각 학교에 집중 할 수 있는 인력이 총괄 기획가 아래 있었다. 경기도처럼 촉진자 4개월 실시설계 3개월 등 분리하여 발주하고, 촉진자는 학교와 실시설계는 각 지방교육청에서 계약을 맺게 되어 사업의 연속성을 공간기획자가 잡고 가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허공에 떠버리는 결과를 가지게 됨을 인지하고 공간기획가 및 실시설계자를 처음부터 이원화 시켜 두 건축가를 계약기간을 최종 공사가 끝나고 최종 발표회를 가지는 1년 프로젝트로 변경시켜 놓았다. 계약 하고선 어떻게 진행되는지 체크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배움 난장, 모두가 모여 발표하는 중간 발표회 및 최종 발표회 등 여러차례 중간 과정에서 모임이 있고 서로가 서로를 보고 배우면서 궁극적으로는 학교 공간 기획 프로젝트가 그저 환경 개선이 아닌 다양한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임을 공간 기획자가 설득하지 않고 모두 다 함께 이해하는 방식을 만들어 둔 것 처럼 보였다. 나도 이번에 첫 참여라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울산 이화중 공간기획업무를 진행하면서 느끼게 될 많은 것들과 학교 학생들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와 만나서 진행하게 될 워크샵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에 대한 아쉬움을 이화중학교에선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나는 프로젝트이다.

 

학교 프로젝트들이 사무실 운영이 도움이 된다고는 하나 계속 학교 프로젝트를 주 업무로 맡아서 할 수는 없다. 학교 프로젝트 외 남는 시간에는 멈추지 않고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 공모전이라는 것이 과열되어 있기도 하고 그만큼 종류와 수도 많은 것이 실정이다. 그만큼 지금 공모전은 방향 설정이 잘 되어 기획된 공모전보다 공모전을 해야하는 규모이니 기획보고서와 지침을 대략 만들어서 자질 없는 심사위원들이 앉아 있는 형식이 훨씬 더 많아진 것 같다. 요즘 생각은 차라리 공모전을 해야하는 설계비의 규모를 올리고 그 아래 공모전들은 수의계약이나 입찰의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또다른 자기네들의 밥벌이라 생각해서 부패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 해결해야하지만 말이다. 특히 각 지역 건축사들에게 적당한 규모의 수의계약이나 입찰의 기회가 열린다면 더욱 더 지역 실정을 잘 이해하는 결과물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지역 건축사들의 자질 문제는 지역의 일거리가 해결된다면 서울에 몰려 있는 실력 있는 건축사가 지역으로 퍼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에는 지방의 한 공모전에 참여하여 낙선하였는데, 7인의 심사위원 중 아무도 건축 계획 전공자들이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선 참으로 참담함을 느꼈다. 건축 설계안을 판단하는데 왜 인테리어, 건축 시공, 도시 계획, 친환경, 시청 주무관 등만 모여서 당선안을 뽑는지. 나는 왜 저런 사람들에게 심사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당선안을 납득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수순일게다. 심사위원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참여한 나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이런 공모전의 기획과 진행은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 화성시 공공계획가 일을 하면서 알게되었지만, 많아지는 공모전의 심사위원을 채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적어도 건축 설계 전공자가 심사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당연히 유명하고 뛰어난 자질을 가지신 분들이 심사위원에 있는게 가장 좋지만 인력풀이 그렇게까지 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건축 계획과 실무를 해보신 분들이 주도로 하는 심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참여하는 심사위원들도 하루 심사비 받으며 앉아있다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도시, 동네에 만들어질 건물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과 논리 그리고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 비록 내가 여기서 아무리 외쳐봐야 아무도 듣지 않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험을 계기로 심사위원들의 프로필을 자세히 알아보고 아주 심사숙고해서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결국 당선안은 심사위원이 뽑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생각과 자질을 가진 분에게 심사 받고 싶은 것은 한달 넘게 계획해서 제출한 작업을 올바르게 평가받고 싶은 작은 소망일 뿐이다. 

 

살아봐요 장항 워케이션 - 나에겐 소중한 최근 낙선작

 

2024.03.13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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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13

2023. 6. 13.

공모전 이야기.

 23년도 들어와서 5~6개의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검토하거나 참가 접수 후 제출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5월이 되어서야 23년도 처음으로 하나 제출을 완료하고 지금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 동안은 기간이 맞지 않거나, 프로그램이 생소하거나, 심사위원이 우리의 방향과 맞지 않거나, 제출물이 과도하게 많은 공모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리고 개업 초기에 일이 하나도 없을 때와는 다르게 작게나마 주택 건과 학교 건등의 일들이 작게 할일이 쌓이면서 조금은 에너지가 떨어진 것도 있었다. BM이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바쁜 것들은 또다른 스케쥴의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요즘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은 21, 22년도에 비해서 공모전의 질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전의 개최 수는 훨씬 늘어난 것 같으나 질적으로는 점점 떨어지고, 비슷한 당선안들과 큰 생각이 보이지 않는 공모전들의 숫자도 그 만큼 증가한 것 같다. 그러면서 반대로 심사위원이 좋거나 신경을 쓴 느낌이 나는 공모전들은 참가자들이 기형적으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요즘의 건축 경기가 좋지 않아 민간일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1~2억 설계비의 공모전에 50~60팀이 몰리는 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 만큼 실력과 노력으로 자신의 제출안이 공정하게 심사받을 수 있는 공모전의 수는 적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성시 공공계획가 활동을 하면서 화성시의 한 공모전에 운영위원 및 기술심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셨다. 항상 참가만 하던 입장에서 공모전을 운영하고, 심사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현실적인 문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화성시는 건축 총괄 건축가의 철학 아래 공모전이 공정하고 흥행할 수 있도록 형식의 기틀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제출물의 간소화, 심사위원의 공정성, 심사의 개방성, 지침서의 방향의 선명함 등 공모전을 잘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 담당주무관등 모두 다 함께 하고 있었고, 그 분위기 속에서 나도 참가자의 입장에서 개선했으면 한 것들을 이번 공모전에 꽤 담아내어 지침서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 힘을 보탰다. 운영위원으로서 지침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현실적인 문제도 인식하게 되었다. 우선 심사위원분들의 풀이 한계라는 점이었다. 실력과 공정성을 모두 갖춘 심사위원들의 숫자도 한계지만, 그 분들이 1년에 소화할 수 있는 심사 역시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분을 모셔야 하지만 인사도 한정적이고 또 검증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기술 심사에 참여하여 50여개의 작품들을 지침과 법규 위반등 기계적인 심사만 하는데도 하루종일 소요되는 힘든 일인데, 하물며 토론과 심사를 하여 당선안을 뽑아내는 일은 몇 배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다같이 토론하고 투표하여 골라낸 당선작 및 입선작들이 낙선된 안 보다 완벽하다고는 생각치 않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모두 중계가 되고 문제점을 서로 이야기 하는 과정이야 말로 좋은 당선작 나아가 좋은 공공 건축물이 생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기회와 시간만 허락한다면 화성시 공공계획가 활동하는 임기동안 최대한 많은 공모전에 운영위든 기술위든 참가하려고 하고 있다. 화성시에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데 작게나마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가자들의 크고 작은 불만은 있겠지만, 점점 더 제대로 틀이 잡힌 화성시 공모전이 될 수 있도록 활동해보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가하려는 공모전들에 아쉬운 점들이 계속 눈에 보인다. 우선 심사의 방식이 수우미양가 처럼 점수제로 한다든지, 토론 없이 투표제로만 심사하는 심사위원장 등을 보고 있으면, 과연 저 방식이 공정하게 당선작을 뽑아내고 충분히 안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심사를 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경험과 학식을 가지고 있으시겠지만, 공모전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최소 한달 이상 그 대지와 프로그램에 대해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비해 심사위원들은 길어야 일주일 전 짧으면 당일에 현장에 방문하여 지침서와 대지를 분석하고 바로 결과물을 보게 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토론과 안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심사위원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지점이나 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점수제나 토론 없는 투표제로 이루어지는 심사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적지 않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어떤 공모전은 대지가 가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점수를 매겨 당선안이 선정되는 과정을 본 적도 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늘어나는 공모전에 비해 오히려 참가하고 싶은 공모전은 줄어드는 추세가 아닌가 싶다.

 

 최근에 서울시에서는 기획 단계 부터 공모를 한다며 여의도 세종문화회관에 새로운 공모 방식을 제시했다. 그 동안 기획안을 기반으로 공사비와 설계비가 책정되면서 공모전 당선작의 디자인 현실화에 공사비 한계를 인식하고 만들어진 방식인 듯 하다. 큰 방향성은 이해되기도 하나 만약, 기획 단계에서 만약 과도한 디자인이 당선 될 경우 천문학적인 공사비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내가 참여할 수 있을 만한 규모가 아니기에, 그저 제3자의 입장에서 진행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짧게나마 학교 이야기.

 경기도 교육청에서 올해는 고교학점제 공간조성과 더불어 초,중학교의 공간드림이라는 사업을 추가로 시작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초등학교의 공간 개선에 관심이 생겼다. 입시와 학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고등학교와는 달리 초등학교는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거란 기대감도 한 몫 했다. 그리하여 수원의 정자초등학교와 평택의 고덕초등학교 두 학교와 인연이 되어 사용자 참여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 두 학교는 극과 극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정자초는 오래된 학교로서 그 동안 여기저기 고쳐진 흔적과 낡은 시설에 비해 특이하고 매력적인 중심 계단실을 가지고 있었고, 고덕초는 신축학교로서 깨끗한 시설과 명쾌한 동선으로 만들어졌으나 미디어스페이스로 비워진 공간은 예상외로 차가워 보였다.

 사용자 참여설계라는 방식은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일반적으로 계획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면 우리가 몇몇 사람들의 원하는 바를 듣고 디자인을 만들어가면 그 이후 협의해나가는 과정이 기존 방식이었다면, 실제 사용자들에게 처음부터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단계부터 그 사람들이 계획에 함께 참여한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는 새로운 방식의 설계 방향인 것 같다. 두 학교 모두 새로운 공간에 대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들과 사용자들의 참여도는 높았다. 무엇보다 두 학교 다 교실 공간의 개선보다 학교 내의 유휴공간을 개선하려는 내용이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공간에서 놀고, 쉬고, 뛰어다닐 수 있을지 재미있게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BM이 한국으로 정착하면서 함께 이 프로젝트를 꾸려가고 있어서 작년에 혼자 고민하던 일들이 좀 더 완성도 있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은 프로젝트로 완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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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8

2022. 1. 17.

개업을 전후로 총 3번의 현상 공모에 응모했다.

직원으로 사무실을 다닐 때에는 현상 공모에 대한 인식이 참으로 좋지 않았다. 현상팀에 불려 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밤샘을 예약하는 것이었고, 일정 시간 안에 해내야 하는 일량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일반 수주 업무 처럼 건축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침서가 등불 같은 존재였지만 결국 윗사람들의 컨펌이 하나의 방향이 되었고, 직원들이 서로 안을 만들어서 으샤으샤 진행이 될 때쯤에는 어느새 소장이 나타나 리셋이 되기 일쑤였다. 이전 사무실에서 진행하던 현상 설계 안들이 이 사람 저 사람의 의견이 뒤범벅되어 어울리지 않는 성형 건축물이 되어 있었던 것은 별로 큰 일은 아니었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는 사무실만 근무했던 경험이라 좋은 결과를 내는 사무실들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현상 설계는 사무실 디자인 철학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당선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꾸준히 현상 설계에 참여하면서 프로젝트가 쌓이고, 하나의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나아가면 나중에 당선된 프로젝트도 큰 힘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당선되면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는 것도 좋은 일이다. 또한 사무실 운영에서 고정적인 수입이 기대되지 않을 때 현상 공모는 매우 중요한 기회이다. 최소 1억 이상의 설계비가 책정된 공공 건축물들은 각 지자체에서 설계 용역의 일반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나라장터에 2~3개월 후 제출 마감으로 두고선 올라오는데, 직원이 소수인 사무소들은 1~2건 정도만 당선되어도, 1년 이상은 살기 위한 수주는 하지 않아도 된다. 설계비가 모두 설계사무소의 몫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 영역에서 알려지지 않은 영세한 사무소가 설계비 1억 이상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자리 잡는데에 좋은 기회가 된다. 비록 공공 건축물이기 때문에 각 종 인증 절차들과 보고서 작성등의 많은 업무량과 공사비 한계등의 압박이 있기는 하지만 큰 문제 요소는 아니다. 직전 사무실에서는 현상 설계에 당선된 프로젝트를 납품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량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늠할 수는 있었고, 실제로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무수히 많이 올라오는 나라 장터 현상 공고들 속에서 어떤 공모전을 응모할 것인지 정하는 것은 노하우가 필요했다. 보통 큰 지자체들은 별도의 전용 공모전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하며, 교육청은 학교들만 따로 관리하여 현상 설계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공모전들이 투명하게 운영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아직도 지방이나 특정 영역에서는 카르텔이 있다는 소문도 있고, 인맥도 로비도 암묵적으로 있다고는 한다.(확인된 바는 없다) 하나의 현상 설계를 제출하기까지 2~3개월은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하고, 마지막 제출 일주일에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하여 공모전 선택을 위한 몇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총괄 건축가가 있는 지역의 공모전을 우선한다. 지자체 마다 총괄 건축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다. 대표적으로 파주시, 춘천시, 영주시, 진주시 같은 경우이다. 총괄 건축가가 있는 곳은 공공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있는 곳이며, 그에 따라 설계 공모 지침서가 작성된다. 명확한 의도가 있는 지역은 납득할만한 설계안을 당선시킬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알려지지 않은 건축가와 대학 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많은 공모전은 피한다. 많은 건축가들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중에서 알려진 분들 1, 2명이라도 있는 곳으로 우선한다. 결국 당선안은 심사위원들이 만드는 것이고, 그들에게 다른 외부의 조건 없이 온전히 제출안을 가지고 판단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려진 분들은 그들의 작업물을 찾아보기도 쉽고 성향 파악하기도 쉽다. 알려지지 않은 분들과 대학 교수들도 좋은 안을 뽑을 수 있지만, 알려진 분들이 좋은 제출안을 당선 시켜 주리라는 믿음에 기대 해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셋째, 지침서를 매우 꼼꼼히 본다. 몇 개의 공모전의 지침서를 보다 보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점점 대충 보게 된다. 하지만 지침서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가 있다. 예를 들자면, 어떤 지침서는 앞,뒤 면적표가 계속 다른 면적이 적혀 있거나 필요없는 문구가 들어가 있기도 한다. 이는 담당 공무원이 지침을 만들 때 다른 지침서를 참고하여 만들면서 복사한 것들이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인데, 이런 공모전은 우선 배제한다. 공모전 담당 공무원이 관심없는 공모전은 아무도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 또한 설계비에 포함된 금액을 분석해보거나 제출물도 해당 공모전에서 필요하지 않는 요소까지 설계 설명서에 담으라고 해놓은 것들도 많이 발견된다. 지침서만 열심히 읽어봐도 참가하지 말아야 할 공모전은 걸러진다.
넷째, 설계비 4억 미만은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다. 민간에서는 설계비 1억 받기가 힘들지만, 공공 영역에서 설계비 1억은 남는 금액이 얼마 없다. 각 인증 작업과 보고서 작업량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1억 설계비나 4억 설계비나 면적의 차이만 있을 뿐 해야할 작업량은 비슷하다. 또한 당선 설계비가 높을수록 낙선하여도 등수에 오르면 의미있는 보상비를 받을 수 있다. 설계 제출안을 내기 위한 2~3개월도 인건비를 쓰고 있기 때문에 보상비로 인건비라도 건지려면 적어도 4억 이상은 되어야 기대를 할 수 있다. 물론 공모 프로젝트가 건축적으로 의미있는 곳이라면 설계비에 상관없이 참가해보려고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설계비 생각하지 않고 참가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섯째, 프로그램을 정한다. 공공 건물은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공공 청사부터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전시관, 박물관, 복합문화센터, 도서관, 경로당, 노인센터, 장애인센터등 무수히 많다. 나는 다양한 용도에 도전하기 보다는 몇몇 용도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이 설계 노하우를 쌓아가는데에도 도움이 되고, 만약 당선되어서 지어졌을 때 포트폴리오에도 연속성을 가진 사무실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위의 조건들을 꼼꼼히 따진 결과 21년도에는 총 3개의 공모전에 응모했다.
처음 참가한 창원민주주의전당 건립 설계 공모에서는 비록 공식적인 결과는 낙선했지만 투표 결과를 열람했을 때 6위를 기록(5위까지 공식 결과)했다. 이어 참가한 진주 실크 박물관과 파주 문산 시립 도서관 설계 공모에서는 연달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지어진 것도 없고, 이름도 없는 사무실의 설계 제출안이 연달아 등수에 올라가고 있어서 고무적으로 생각하며, 22년에는 적어도 1, 2건의 현상 공모에 당선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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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5

2021. 7. 8.


한 달 남짓, 사이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첫 번째, 사무실을 구했다.
아니 정확히는 사무실을 전대했다. 사무소를 이미 운영하고 있는 친구는 직원도 한 명 있기도 하고 나보다는 훨씬 자금력에 여유가 있기에, 그 친구가 사무실을 구하는 곳에 한두 번 의견을 보태는 정도로 별다른 수고스러움 없이 사무실을 정하게 되었다. 각자 살고 있는 집에서 친구와 내가 적당히 출근할 수 있는 위치로 자연스럽게 신도림과 영등포가 후보로 떠올랐고, 결론적으로는 영등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영등포는 전철 타면서 스쳐 지나간 기억만 있는 지역이라 이번에 돌아다니면서 흥미로운 인상을 많이 받았다. 구도심의 흔적과 새로 개발된 구역의 경계가 아주 명확하면서도 금방 흐려지기 일쑤였다.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신세계 백화점과 영등포역까지 연결 통로는 어느 멋진 신도시처럼 위용을 뽐내며 서 있었지만, 바로 옆 블럭은 오래된 모텔과 음식점들 그리고 곧 영등포 시장으로 연결되며 임대가 붙어있는 건물들이 큰 길가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죽어있는 도시는 아니라 타임스퀘어는 타임스퀘어대로, 영등포 시장은 시장대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바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영등포역에서 영등포시장역으로 걸어가는 코스가 주로 이용하게 되는 출근길이 될 것 같은데, 이 지역의 일상을 매일 지켜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기 마련이다.

두 번째, 대출 신청을 하다.
사무실을 계약하자마자 급했던 대출을 신청하러 갔다. 신용보증기금에 연락했더니 영등포지점을 알려줬고, 친절한 팀장님과 무사히 제출까진 완료했다. 커다란 사건은 없었지만, 만들어져 있는 양식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조업 기반으로 만들어진 양식에 건축사사무소의 내용을 넣는다는 것. 입사 준비할 때부터 설계사무소들은 정해진 양식보다 각자 포트폴리오를 자유롭게 만드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빈칸이 무슨 내용을 채워야 하는지 블로그를 얼마나 봤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접수되었고, 지금은 승인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이 돈을 어떻게 잘 써야 할지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세 번째, 법인 승인을 받다.
대출을 신청하고 나니 신용보증기금에서는 법인 설립은 이제 진행해도 무방하다는 말을 듣고선, 곧바로 법인 설립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세무서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서류 맞춰서 냈다고는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신청과 설립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행정능력의 IT화는 정말 칭찬할 만하다 싶었다. 각 종 블로그에 설립에 관한 상세한 내용들이 잘 설명되어 있었고, 상담사에 연락하면 친절하게 아주 잘 알려주신다. 설립 신청하면서 무서웠던 점은, 신청 페이지에서 단계를 하나씩 진행하면서 임시저장을 할 수 있는데, 작성 중에 상담사가 전화가 걸려온 일이다. 순간 내가 신청을 잘못해버린 줄 알았지만, 상담사가 작성 중인 내용 중에 오류를 미리 발견해서 수정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이 모든 걸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걸 안 순간 임시 저장 버튼이 무서워 보였다. 아무튼 신청서 제출, 수수료 납부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친 후에 법인 설립이 완료되었고, 등기부등본이 출력되었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으니 이제 잘 키워서 세상에 내어놓아야겠다. 이제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 사업자등록신고, 법인 통장 개설 등의 험난한 일들이 남았지만. 하나씩 되어가고 있음에 큰 걱정은 없이 지나가고 있다.

네 번째, 진행하던 공모전을 포기하다.
때때로 욕심이 과하면, 하나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직원으로 출근하지 않고, 회사 설립 준비를 하면서 그 사이에 공모전을 하나 진행하려고 했지만, 나도 생각보다 작업할 시간이 나질 않고 bm 역시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계약까지 성사되며 갑자기 다들 바빠졌다. 이 참에 제대로 사무실을 정리하고선 새로이 나오는 공모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항상 무언가를 하려고 하다 포기하게 되는 순간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의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편히 접기로 했다. 연말에 마감하는 공모전을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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