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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11

2022. 11. 2.

최근에는 학교 작업에 집중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

고교학점제 사용자 참여설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두 학교 중에 한 곳은 공간조성사업 외의 시설비용 3천만원을 올해 안에 사용해야 한다며 교실 1개를 우선 계획해달라고 했다. 무려 올해 안에 완공해야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해당 교실은 공간조성사업에 포함하는 다른 교실들과 같은 복도를 공유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올해 공사를 하더라도 디자인 컨셉을 맞춰서  계획해야하는 것이 중요했다. 계획 내용은 일반 교실을 AI 창작실로 변경하고, 실 사이즈도 0.5칸 늘려야했다. 기존에 지어진 학교가 대부분 일정 모듈을 가지고 반복된 공간구성을 만들어내는 것에 착안하여 복도 벽을 300mm 단위 모듈로 나누어 문, 창과 벽 등으로 나누어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모듈들이 공간조성사업을 통해 다른 교실로 확대 되면서 같은 디자인 언어 계획을 가짐과 동시에 다양한 가능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의견을 취합해보면 재미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 같다. 인테리어 업무는 건축과는 또다른 디테일한 계획을 필요로 한다. 건축에서도 10mm 때문에 고민하지만 인테리어에서의 10mm는 건축에서의 고민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실제로 시공할 때도 꼭 현장에 나가봐서 그 차이가 유의미한 차이인지 그저 나의 느낌의 차이인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인테리어도 건축처럼 디자인 해보고자 했으나 교장 선생님의 비경제적인 요소 배제라는 완강함으로 인해 설득의 실패로 끝났다. 자신만의 관점을 뚜렷히 가진 사람을 설득하는 것에는 아직 내 실력이 충분치 않음을 느꼈다. 그래서 환경개선에 초점을 맞추고선 공간조성사업 영역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서 다시 시도 해보려고 한다. 내심 마음 속으로의 불안감은 존재한다. 인테리어 업무를 거의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지금 하고 있는 디자인의 공사비가 얼마나 될지 가늠이 정확히 안되기 때문이다. 재료와 시공법이 천차만별에다가 가격도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크게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레퍼런스 도면들의 퀄리티와 시공비가 적절한지 끊임없이 묻고 현장에 맞겠금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결국 이것도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지식이 되기를 바란다.

 

사실 오늘 글을 시작한건 이 블로그가 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라고 적혀 있지만, 한번씩은 다른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서이다. 이번에는 음악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갑자기?)

나에게 다시 태어나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냐고 묻는다면, 고민하지 않고 음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할 것이다. 음악을 만들거나 음악을 연주하거나 음악을 부르는 사람이 참으로 부럽다. 나는 음악에 대한 재능은 없기에 헤비 리스너로서 하는 말이지만.

어렸을 적 부터 Rock kid 였던 나는 밴드 중심의 음악을 좋아하고 지금도 즐겨 듣고 있다. 재즈, 클래식, 일렉트로닉, 시티팝, 아이돌 음악까지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을 즐기지만 다른 장르를 듣다가 결국엔 다시 밴드 음악으로 돌아오곤 한다. 글과는 다르게 음악이라는 것은 때때로 현실을 살아가면서 사라진 몽글몽글한 그 때의 냄새와 분위기를 다시금 되살려주는 신기한 예술인 것 같다. 어릴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광팬인 radiohead의 노래가 가끔 플레이리스트에서 나올 때 마다 처음 들었던 앨범 kid A 의 놀라움이 되살아나곤 한다. r.a.t.m, mr.big, oasis, sigur ros, muse, deftones, linkinpark, r.h.c.p, korn, led zeppelin, nirvana, queen, yo la tango, 들국화, 산울림, 아폴로18, 언니네이발관, 트램폴린, 허클베리핀, 넬, 크라잉넛, 국카스텐 등 그 시절마다 들었던 음악들은 나에겐 여전히 살아있는 음악들이다. 물론 여전히 음악 활동을 열심히 하는 밴드도 있지만, 요즘 대세 음악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활동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들 밴드 음악의 힘은 라이브에서 들어난다. 출중한 보컬이나 음악성이 뛰어난 공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들고 다시 어린 시절의 나에게로 되돌려 주는 음악은 라이브 밴드 공연만한 것이 없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길어졌다. 건축도 그러할 수 있을까. 

욕망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계획한 건물이나 공간에서 다른 공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자기만의 개인적인 느낌과 경험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계획한 공간들의 아이덴디티가 될 수 있을까. 형태적으로 특이할 수도 있지만, 형태에 집중하기 보다는 빛의 흐름과 공기의 분위기 등이 만들어내는 경험을 주고 싶다. 그것이 라이브 밴드 공연에서 내가 느꼈던 rock 음악의 힘에 매력을 느낀 것과 비슷한 경험이지 않을까. 이성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느끼고 공감한 감정은 그 곳에 갔을 때 바로 되살아나는 것 처럼 말이다.

 

욕심만 내지말고 부단한 건축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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