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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16

2024. 10. 10.

21년도에 개소하고서도 4년차. 개소 당시에만 해도 이 때쯤이면 어느정도 사무실이 마냥 돌아갈 줄 알았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개소한 사무실 중에서는 벌써 유명해져서 일이 많은 사무실도 있고, 여전히 나와 비슷하게 고군분투 하는 사무실도 있다. 작년 정도만 해도 조급증이 생겼다. 준공작이 쌓여가는 사무실과 잡지에 실리고 인터뷰를 하고 공모전에 당선되는 모습들과 전시회에 참여하는 모습들이 나와 비슷한 시기에 개소하고 비슷한 동년배임에 나는 아직 자리도 못잡고 있는 모습. 마음이 바빠졌다. 공모전도 더 많이 참여해보고, 사람도 만나보고 다녔다. 그렇다고 없던 일이 생길리는 만무했다. 다행히 교육청 인력풀에 속하게 되어서 여러 초중고 학교들에 공간조성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사무실 유지를 하고 있다. 간간히 나오는 공모전 입상 상금도 보탬이 된다. 그렇게 학교 작업 그리고 공모전을 반복하다 보니 목적성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질은 무엇인가. 학교일을 처음 시작 했을 때는 사무실 유지의 목적으로만 사업을 바라봤던 것 같다. 건축이 아니기도 하고 인테리어 성격이 강한 내용이라 크게 관심이 없었던 탓도 있었다. 그래서 실내 공간조성의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학교일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당선되면 설계비도 많고 이름이 걸리는 공모에 좀 더 집중했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입선작이라도 올라가게 되었겠지만 실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잃고 불확실한 프로젝트에 메달린 건 아닌가. 공모전에 당선 되는 일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베스트의 옵션이지만 50~100팀이 참여하는 곳에서 5위 안에 들어가는 작업을 하는 것 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학교에서 계약한 일은 실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결국 공간으로 완성 되는 프로젝트임을 4개 학교를 완성한 뒤에야 온전히 깨달았다. 건축을 하고 싶어서 공간 개선이라는 프로젝트는 너무 쉽게 본 건 아닌가. 지금 있는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했는가. 설계비가 적다고 건축이 아니라고 최소한의 비중으로 내가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걸까. 기본이 쌓이지 않고 유명해지고 일이 많아진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조급해지지 말자. 지금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이걸 깨닫는데 4년이 걸렸다. 물론 빨리 자리 잡고 이름이 나면 좋을 것이고 지금도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큰 틀에서는 주어진 프로젝트와 공모전을 병행하겠지만, 일을 바라보는 자세와 조급해하지 않고 내 실력대로 평가 받는 것. 그것이 다만 천천히 가더라도 좋을 프로젝트를 쌓고 있었고 실력있는 사무실이 되어 나중에라도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상위 10%안에 들어가고 싶어하지만 모두가 그럴 순 없는 노릇이고 그 상위가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꾸준히 그리고 프로젝트의 크기와 내용에 상관없이 사무실과 인연을 맺고 나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곧 실력이 되고 밑거름이 될거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곧 완성될 두 학교와 시작할 두 학교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을 하고 있다. 결과물을 공개할 수 있는 퀄리티가 나올수 있도록.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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