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우연히도 좋은 기회에 원광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을 하게 되었다. 처음 강의 자리가 있으니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연락에 나에게 학생들을 가르칠 정도의 경험과 지식이 쌓여있는가, 그만큼의 에너지가 있는가, 누군가의 한학기를 책임질 수 있을까 고심과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졸업한지 13여년만에 다시 들어선 캠퍼스와 건축학과는 내가 졸업할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느낀 학교의 분위기와 향기는 졸업한 학교와 다른 학교임에도 비슷한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익숙한 장소의 느낌이 금방 다시 학교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건축과 학생들은 여전히 밤을 새어 과제를 하고 있고, 여전히 불투명한 취업과 건축 설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3학년. 건축과의 5년 과정에서 가장 한중간에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 1,2학년이 건축 설계의 맛을 보는 단계였다면, 3학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설계에 발을 디뎌야 한다. 그래서 전과하거나 편입한 학생은 최소 3학년부터 건축과 과정을 시작해야한다. 본격적으로 많은 수의 학생들이 건축 설계가 내 길이 맞는지 의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학년이기도 하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구축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은 지리하게 어렵고 까다롭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학생들은 설계에 진지하고 고민도 많고 해야할 일도 거뜬히 해내고 있는 모습에 순간 순간 놀라기도 했다.
학교마다 커리큘럼은 다르기 마련이라, 원광대학교는 3학년 1학기에 고교학점제를 위한 학교 설계라는 힘든 과제가 주어졌다. 학교는 기성 건축가들도 어려워하는 프로그램이다. 고교학점제라는 고등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마치 대학처럼 고등학교 공간도 선택 과목을 따라 반을 움직이며 수업을 듣는다. 이를 위한 고등학교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우리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라왔다. 중앙 현관에서 이어지는 직통식 계단과 긴 복도 양옆으로 칸칸이 놓여있는 같은 크기의 교실들이 우리가 경험해온 그동안의 고등학교의 모습이다. 나는 이 모습을 탈피해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 첫번째 강의에서 모호한 공간 "unknown space"를 설명하며, 카라묵이 제안한 여러가지 학교를 알려주었다. 복도는 이동 공간인가. 교실은 머무는 공간인가. 복도는 반드시 필요한가. 교실의 크기는 어떠해야하는가. 고정 관념을 깨야하는 어려운 작업들이고 개념들이었지만, 또한 학생이기에 다양함을 제안하기를 바랐다. 나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그 개념을 얼마나 이해하고 자기의 공간으로 풀어내어보려 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건축학인증을 위해 학기말에 완성해야하는 기능적인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무한정 개념을 붙잡고 있기에는 한학기의 16주차가 너무나 짧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이야기와 형태를 잡은 학생들은 기능적인 도면 작성과 구조 체계를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내가 3학년때 거의 한학기 내내 개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거꾸로 떠올랐다. 그건 너무 과하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우당탕탕 한학기가 끝이 나고 파이널 마감을 진행했다.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패널, 모형, 도면집 그리고 설계 Essay까지 완성한 학생들이 새삼 대단해보인다. 그 열정과 에너지를 나도 덩달아 받고선 또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여기서 만난 학생들 역시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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