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4

2021. 5. 27.

4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다니던 사무실의 업무를 종료했다. 맡아서 하던 프로젝트는 납품을 진행했고, 조달청 계약 심사를 거쳐 시공사가 정해지면 곧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행히도 소장님께서 디자인 감리 진행시 프로젝트를 계속 함께 관리해줄 수 있냐고 먼저 물어봐주셔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흔쾌히 결정할 수 있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큰 스케일의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점, 계획 단계부터 실시까지 작성한 도면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오류들과 누락은 현장에 나가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점, 독립하여 수입을 걱정하는 차에 고정적인 수입이 조금은 보장된다는 점, 일주일에 한 두번은 바람 쇠러 현장에 갈 수 있다는 점 등이 결정을 하는데 고민을 덜 수 있게금 하던 요인들 이었던 것 같다. 아마 한 두달은 지나야 착공에 들어갈 테니 그 만큼은 여유가 생긴 셈이다.

 

사무실을 그만둔지도 어느덧 한달이 지나가고 있다. 첫 주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고, 그 다음주 부터는 가정의 달이니 하여 양가 부모님댁에 다녀오니 흐지부지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정신이 들어 움직여보자 싶었지만 몇가지 고민되는 지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은 대출이다.

자금의 문제는 언제나 눈앞에 닥쳐있기 마련이다. 당장 나에게는 퇴직금과 모아둔 돈으로 길어야 석달 남짓 버틸 돈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사무실을 그만두기 전에 알아본 대출은 건축사에게 대출이 가능한 신용보증기금을 통해서 받는 방법이었다. 사업자등록을 하기 전에 신청하는 예비창업보증제도인데, 이 보증을 받으려면 사무실은 얻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우선 신용보증기금을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고 사무실을 찾기로 한다. 대출보다 급한건 사무실이었다.

 

건축사사무소는 주택에서는 사무소등록신고를 할 수가 없다. 다른 업종들은 자가 주택에서 시작하기도 하는데, 설계사무소는 제약이 많다. 어쩔 수 없이 근린생활시설의 사무실 임대를 알아봐야한다. 사무실의 종류는 많다. 일반적인 임대 사무실에서 공유오피스, 가상 오피스까지. 대출을 받으려면 가상 오피스는 실사가 불가능 하니 제외하고 임대 사무실 또는 공유 오피스를 알아봐야 한다. 매달 나가는 비용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앞선다. 고정비를 줄이고 싶은데 사무실을 얻으면 초기 사무실 비용, 월세, 프린트임대, 인터넷 등등 나갈 돈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망설이고 있던 찰나 예전부터 사무실을 운영하던 친구가 이번에 새로 사무실을 얻는다고 하여 그곳에 책상 하나 놓고 같이 사무실을 쉐어해보기로 한다. 다만, 6월 말에서 7월에 사무실을 얻을 계획이라고 하니 한달 정도는 사업자 없이 사람들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마냥 놀 수만은 없지 않는가. 같이 사무실 쓰자던 친구가 짧은 인테리어일을 함께 하자하여 잠깐 진행하고 있다. 내가 수주한 프로젝트라고 시뮬레이션하면서 진행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퇴사하기 전에 접수해둔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 사이에 사람도 만나고 중간 중간 쉬기도 하면서 지내볼 생각이다. 벌써 몇 달의 스케쥴이 정해진 것 같아서 우선 조금은 불안했던 생각이 멈추었다. 

 

uk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