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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10

2022. 9. 22.

최근에는 연달아 공모전에 낙선하면서 조금은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로 지내고 있다. 세세하게 따져보면, 운이 안좋은 경우도 있었고, 심사위원들의 생각하는 방향과 아예 달라 지지를 받지 못한 경우, 2차 발표 대상자인 5위안에 들지 못하고 1차 6위를 한 경우도 있었다. 발표를 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까. 올해는 현상 공모, 제안 공모를 통틀어 6번 정도의 공모에 참여했다. 그 사이에 지역 공모의 카르텔을 느껴보기도 했고, 잘하시는 분들이 당선되는 것들을 보여 배움의 자세를 가지기도 했다. 꾸준함.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으면 좋은 성과가 나길 기대하면서, 올해 마지막에 마감하는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일이 들어오지 않는 한, 올해는 1~2개 정도의 공모를 더 하게 될 것 같고 내년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공모전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작년에 시작한 첫 프로젝트인 주택이 6월 말 완공 되어 지루한 장마철을 보낸 뒤 7월 중순에 준공 사진을 직접 촬영하고 왔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촬영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학 때 사진 동아리 활동하며 사진을 찍어봤노라고 되뇌었지만, 그 동안 안찍은 세월도 있거니와 건축물 사진은 쉽지 않은 영역이었다. 그렇지만 설계하며 수없이 돌려봤던 3D를 기억삼아 그 때 좋아했던 건물의 각도와 의도했던 공간이 잘 들어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었고, 프로사진사 사진에 비빌 정도는 아니지만, 스스로는 어느정도 남길만한 사진을 담아왔다. 전문 프로 사진가들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첫 작업인 만큼 스스로 준공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던 욕심도 한 몫 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건축주는 신경 안쓰실 정도의 소소한 지점들이 스스로에게 아쉬운 것으로 보이고, 그 지점들을 짚어 보면서 또 한단계 발전하는 시간을 가진 듯 하다. 앞으로 준공 될 건물의 사진도 직접 찍을지 작가에게 맡길지는 그 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가에게 맡기더라도 개인적으로 간직할 사진을 직접 따로 촬영하려고 한다. 작가도 미처 알지 못한 나의 시선이 있고, 촬영하면서 깨닫는 여러 지점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촬영이 끝날 쯤에 건축주가 오셔서 바베큐와 함께 저녁시간을 가졌다. 몇가지 아쉬운 지점도 이야기 해주셨지만, 소소한 것들이라며 아주 만족하고 좋아하시는 모습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건축 설계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집을 설계하고 지어지고, 그리고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좋아한다면 그것보다 뿌듯한 일이 있을까. 건축주는 자신이 센스가 떨어진다며 건물의 디자인을 헤칠까봐 함부로 무엇을 못하신다고 하신다. 나의 디자인 의도를 찾아보시려고 하고 헤치지 않으시려고 생각해주셔서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이제는 건축주께서 자기만의 느낌이로 이 곳을 자유롭게 망가뜨려보시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나의 의도가 많았지만, 살아가시면서 자유롭게 꾸미고 붙이고 하면 그 때 온전히 건축주의 집이 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씀드렸다. 살아가는 사람에 의해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는 집을 몇 년뒤에 보고 싶어 다시 초대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날은 밝은 슈퍼문이 떠오른 밤이었다.

건물 촬영을 마치고는 사진 정리와 보정을 거친 뒤에 간단한 설명글과 함께 presskit을 만들어 다수의 국내외 온라인 매거진에 홍보차 보냈다. 다행히 에이플랫폼, 브리크매거진, 아키타이저 등에 작업이 게시물로 올라갔고, 사무실의 이름을 대중에게는 처음 선보일 수 있었다. 준공 작업들이 쌓이면 나의 작업들에서 신뢰를 받은 좋은 인연들이 맺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LH 청신호 건축가, 서울시교육청 꿈담 건축가, 경기도교육청 공간 기획가.

지금 맡고 있는 여러 역할들이다.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무소는 포트폴리오에 준공작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력풀 리스트에 올라가 있더라도 다른 훌륭하신 이력을 가진 분들 사이에서 나에게까지 연락오는 일은 드물었다. 다행히 경기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고교학점제 공간 기획 사업에서는 72개교 56명의 공간 기획가에게 계약의 기회를 열어주었고, 서울시 교육청과는 달리 학교와 직접 소통하여 계약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별다른 학교 작업이 없는 나로서는 가만히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라 집에서 가까운 몇 개 학교에 연락하여 젊은 에너지로 잘 진행해보겠다고 어필한 후 미팅을 진행했다. 다행히 좋게 봐주었던 탓일까, 2개 학교와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고, 올해 말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교사와 학생들과 함께 하는 워크샵 등을 통해서 학교 공간 재구성을 진행하고, 잘 진행된다면 실시 설계와 디자인 감리를 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학교 작업등이 쌓이면 또 비슷한 사업을 진행 할 때는 좀 더 계약을 성사하기에 수월할거라 기대한다. 현장 미팅에서는 각 학교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고, 앞으로 진행하게 될 워크샵 등을 통해서 학생들과의 만남도 기대가 된다. 좋은 계획안으로 내가 맡은 학교들의 공간이 좀 더 풍부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당분간은 학교 설계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내년 여름에는 준공 사진을 소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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