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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14

2023. 10. 23.

감리, 감리, 또 감리.

 

건축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에겐 민간일이 돌아가는 것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참여하고 있는 공모전들의 참여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프로젝트가 사라지고 있어서 공모전 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무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참가하는 공모전들은 누구나 매력을 느낄만한 공모전들이었기 때문에 20~30팀은 참여했으나 최근에는 50~70팀 가량이 제출하는 상황을 바라보며, 들리는 소문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에서 주는 감리는 사무실 운영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 서울시 감리자 목록에 이름을 올려둔지 1년쯤 되던 차에 다가구 신축 지정 감리를 1건 받았고, 최근에는 해체공사 감리를 1건 지정 받아 감리 업무를 보고 있다. 감리라는 것이 요즘에는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나 예전에 해체공사 사고 관련하여 문제가 생기고 있어서 신축이든 해체든 지자체에서 더 많은 감시와 안전 점검 그리고 행정 서류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따라오는 건 사고시 종이 조각처럼 날아가는 건축사 자격면허는 덤이다. 그래서 사무실 유지비용이 큰 문제가 없으면 사실상 감리라는 것은 안하는 것이 더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돈을 번다는 측면 외에는 크게 나에게 도움되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우연히 좋은 설계사와 좋은 시공사를 만나서 수준 높은 설계도와 시공시에 도움이 될 지식을 얻게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누더기가 된 도면에 법규도 맞지 않는 설계 도면과 현장에서 자꾸 바꾸고 있는 건축주, 그리고 제대로 시공하지 않는 시공사를 컨트롤해야하는 일을 해야하는게 다반사다. 규모가 작은 현장은 비상주로 감리를 진행하게 되는데, 법적으로는 착공 전 현장점검, 기초 철근 배근, 중간층 철근 배근, 지붕층 철근 배근, 최종 종료 점검 등 4~5회만 방문하여 검사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요즈음 상황도 그렇고 실제로는 일주일에 최소 1회 이상은 방문하여 현장 체크 도면 검토 등을 진행하고, 행정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처음 감리를 지정 받았을 땐, 사무실 운영 비용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꽤나 괜찮다고 생각했으나 곧 따라오는 서류 검토와 도면 검토 그리고 책임 소재는 이 비용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된다. 지금 비용 산정은 정말 법적인 방문 검사만 진행했을 때 적절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해체감리는 아주 약간 상황이 괜찮다. 비록 상주해야하는 시간적 어려움은 있지만 신축에 비해 공기도 짧을 뿐더러 해체계획서상 대로 진행만 된다면, 어려움 없이 진행되며 비용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물론 신축보다 위험성은 훨씬 높지만 말이다. 무사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공사가 마무리 되기를 바라고 있다.

 

큰 장비가 건물을 부수는 과정은 위험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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