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스터박

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9

2022. 5. 10.

 독립하고 나면 가장 어색한 단어는 나를 부르는 주위의 호칭이다. 

그동안 불렸던 호칭들을 되돌아 보면, 대형 사무실에서 '사원'이 시작점이었고, 아뜰리에 사무소로 옮긴 후에는 '대리' , '팀장' , '실장' , '미스터 박(?)' 을 오고 가며 사무실을 옮길 때 마다 매번 다르게 불렸다. 사무실 마다 직급의 체계가 있고 불리는 규칙이 있으니 그런 호칭은 어떻게 부르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다. 그렇게 여러 호칭으로 불리다가 독립을 하고 나니 나의 직급은 명확치 않고 여러가지로 불려지고 있다.

 우선 거의 대부분은 나를 '소장'이라고 부른다. 이는 '건축사사무소'라는 명칭이 '소'로 끝나기 때문에 소장이 평범하게 불리는 듯 하다. 나도 대부분 아뜰리에 대표님들을 소장님이라고 지칭 했었고, 그것이 업계 표준 같은 인식이 있다. 두번째로 많이 불리는 명칭은 '건축사' 라는 명칭이다. 건축주분이나 공무원 또는 처음 만나는 일반 분들이 주로 건축사라고 나를 부르곤 한다. 건축사라는 자격증을 정확히 알지 못하시는 분이 대부분이나 설계사무소를 방문하면서 설계와 건축사의 존재를 이해하시고서는 비로소 아무개 건축사님 이라고 부르시곤 한다. 물론 그 중에 '건축가'로 부르시는 분도 계신다. '사'로 끝나느냐 '가'로 끝나느냐는 '사'는 자격을 가진 사람, '가'는 자격의 유무보단 디자인에 좀 더 집중하는 사람 이라는 느낌이 있지만, 나는 그런 용어들이 그렇게 중요할까 싶다. 스스로 나는 건축가요 하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건축 설계 분야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는 건축'사'나 건축'가'나 거기서 거기기 때문이다(법적으로는 '건축가'란 호칭은 건축사법 12조에 따라 유사명칭 사용금지 조항에 의거 불법의 소지가 있다). 가끔은 '대표' 또는 '사장' 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는 제일 어색한 호칭 중에 하나이다. 물론 틀린 호칭은 아니지만, 참으로 애매하기 짝이 없다. 아직도 대표나 사장의 직함을 가진 사람들은 연륜이나 경험 있는 회장님 이미지가 있는데 난 그런 위치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를 부르기에 적절한 단어가 딱 떠오르진 않는다. 그나마 '소장' 이나 '건축사' 라고 불리는게 가장 맞아 보이지만 그것도 정확히 딱 떨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왜인고 하니 그동안 거쳐왔던 사무실들의 소장님들의 능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들 완벽히 모든 일을 수행하시는 것은 아니었지만, 각 자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충분히 발휘해 가면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소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려질 수 있는 적절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자인의 특별함, 인맥의 광범위함, 수주의 능력, 현상 설계 능력 등의 각자의 능력들이 무언가 하나씩은 특출나게 갈고 닦은 모습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건축사 자격증 취득하여 용감하게 독립했을 뿐인데, 그런 호칭을 들을 자격이 되나 하고 반문하게 된다. 프로젝트를 만날 때마다 매번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모르는 일들이 가득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겪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내가 가진 특별함이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소장 또는 건축사의 호칭으로 불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그 전에도 사람들은 나를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겠지만 말이다.

나를 부르는 호칭을 당당히 들을 수 있도록 조금씩 앞으로 조급해하지 말고 나아가야겠다. 

 

uk.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