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이야기.
23년도 들어와서 5~6개의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검토하거나 참가 접수 후 제출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5월이 되어서야 23년도 처음으로 하나 제출을 완료하고 지금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 동안은 기간이 맞지 않거나, 프로그램이 생소하거나, 심사위원이 우리의 방향과 맞지 않거나, 제출물이 과도하게 많은 공모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리고 개업 초기에 일이 하나도 없을 때와는 다르게 작게나마 주택 건과 학교 건등의 일들이 작게 할일이 쌓이면서 조금은 에너지가 떨어진 것도 있었다. BM이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바쁜 것들은 또다른 스케쥴의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요즘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은 21, 22년도에 비해서 공모전의 질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전의 개최 수는 훨씬 늘어난 것 같으나 질적으로는 점점 떨어지고, 비슷한 당선안들과 큰 생각이 보이지 않는 공모전들의 숫자도 그 만큼 증가한 것 같다. 그러면서 반대로 심사위원이 좋거나 신경을 쓴 느낌이 나는 공모전들은 참가자들이 기형적으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요즘의 건축 경기가 좋지 않아 민간일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1~2억 설계비의 공모전에 50~60팀이 몰리는 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 만큼 실력과 노력으로 자신의 제출안이 공정하게 심사받을 수 있는 공모전의 수는 적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성시 공공계획가 활동을 하면서 화성시의 한 공모전에 운영위원 및 기술심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셨다. 항상 참가만 하던 입장에서 공모전을 운영하고, 심사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현실적인 문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화성시는 건축 총괄 건축가의 철학 아래 공모전이 공정하고 흥행할 수 있도록 형식의 기틀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제출물의 간소화, 심사위원의 공정성, 심사의 개방성, 지침서의 방향의 선명함 등 공모전을 잘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 담당주무관등 모두 다 함께 하고 있었고, 그 분위기 속에서 나도 참가자의 입장에서 개선했으면 한 것들을 이번 공모전에 꽤 담아내어 지침서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 힘을 보탰다. 운영위원으로서 지침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현실적인 문제도 인식하게 되었다. 우선 심사위원분들의 풀이 한계라는 점이었다. 실력과 공정성을 모두 갖춘 심사위원들의 숫자도 한계지만, 그 분들이 1년에 소화할 수 있는 심사 역시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분을 모셔야 하지만 인사도 한정적이고 또 검증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기술 심사에 참여하여 50여개의 작품들을 지침과 법규 위반등 기계적인 심사만 하는데도 하루종일 소요되는 힘든 일인데, 하물며 토론과 심사를 하여 당선안을 뽑아내는 일은 몇 배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다같이 토론하고 투표하여 골라낸 당선작 및 입선작들이 낙선된 안 보다 완벽하다고는 생각치 않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모두 중계가 되고 문제점을 서로 이야기 하는 과정이야 말로 좋은 당선작 나아가 좋은 공공 건축물이 생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기회와 시간만 허락한다면 화성시 공공계획가 활동하는 임기동안 최대한 많은 공모전에 운영위든 기술위든 참가하려고 하고 있다. 화성시에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데 작게나마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가자들의 크고 작은 불만은 있겠지만, 점점 더 제대로 틀이 잡힌 화성시 공모전이 될 수 있도록 활동해보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가하려는 공모전들에 아쉬운 점들이 계속 눈에 보인다. 우선 심사의 방식이 수우미양가 처럼 점수제로 한다든지, 토론 없이 투표제로만 심사하는 심사위원장 등을 보고 있으면, 과연 저 방식이 공정하게 당선작을 뽑아내고 충분히 안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심사를 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경험과 학식을 가지고 있으시겠지만, 공모전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최소 한달 이상 그 대지와 프로그램에 대해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비해 심사위원들은 길어야 일주일 전 짧으면 당일에 현장에 방문하여 지침서와 대지를 분석하고 바로 결과물을 보게 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토론과 안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심사위원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지점이나 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점수제나 토론 없는 투표제로 이루어지는 심사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적지 않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어떤 공모전은 대지가 가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점수를 매겨 당선안이 선정되는 과정을 본 적도 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늘어나는 공모전에 비해 오히려 참가하고 싶은 공모전은 줄어드는 추세가 아닌가 싶다.
최근에 서울시에서는 기획 단계 부터 공모를 한다며 여의도 세종문화회관에 새로운 공모 방식을 제시했다. 그 동안 기획안을 기반으로 공사비와 설계비가 책정되면서 공모전 당선작의 디자인 현실화에 공사비 한계를 인식하고 만들어진 방식인 듯 하다. 큰 방향성은 이해되기도 하나 만약, 기획 단계에서 만약 과도한 디자인이 당선 될 경우 천문학적인 공사비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내가 참여할 수 있을 만한 규모가 아니기에, 그저 제3자의 입장에서 진행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짧게나마 학교 이야기.
경기도 교육청에서 올해는 고교학점제 공간조성과 더불어 초,중학교의 공간드림이라는 사업을 추가로 시작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초등학교의 공간 개선에 관심이 생겼다. 입시와 학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고등학교와는 달리 초등학교는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거란 기대감도 한 몫 했다. 그리하여 수원의 정자초등학교와 평택의 고덕초등학교 두 학교와 인연이 되어 사용자 참여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 두 학교는 극과 극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정자초는 오래된 학교로서 그 동안 여기저기 고쳐진 흔적과 낡은 시설에 비해 특이하고 매력적인 중심 계단실을 가지고 있었고, 고덕초는 신축학교로서 깨끗한 시설과 명쾌한 동선으로 만들어졌으나 미디어스페이스로 비워진 공간은 예상외로 차가워 보였다.
사용자 참여설계라는 방식은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일반적으로 계획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면 우리가 몇몇 사람들의 원하는 바를 듣고 디자인을 만들어가면 그 이후 협의해나가는 과정이 기존 방식이었다면, 실제 사용자들에게 처음부터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단계부터 그 사람들이 계획에 함께 참여한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는 새로운 방식의 설계 방향인 것 같다. 두 학교 모두 새로운 공간에 대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들과 사용자들의 참여도는 높았다. 무엇보다 두 학교 다 교실 공간의 개선보다 학교 내의 유휴공간을 개선하려는 내용이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공간에서 놀고, 쉬고, 뛰어다닐 수 있을지 재미있게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BM이 한국으로 정착하면서 함께 이 프로젝트를 꾸려가고 있어서 작년에 혼자 고민하던 일들이 좀 더 완성도 있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은 프로젝트로 완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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