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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2

2021. 3. 31.

간간히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굉장한 부지런함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1편을 쓴지도 2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좀 더 자주 글을 쓰는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반성하며, 두번째 이야길 해보려 한다.

나의 첫 건축사 시험은 2017년도에 시작했고, 그 해 9월 응시. 결론적으로는 모든 과목에 낙방했다. 회사와 병행하는 공부는 처음이었고 시간의 어려움을 변명 하고 싶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도 많기에 그건 부끄럽다. 아무튼 그 이듬해부터 1과목씩 합격하여 2020년 1회 시험 3교시 합격을 마지막으로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합격자들 대부분 이야기 하지만 홀가분함과 기분 좋음은 일주일 정도가 전부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의사,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등 많은 '사'가 붙어있는 자격증들 중에서 건축사가 나에게 가져올 이득은 앞의 직업군들 보다는 훨씬 미천하다. 결론적으로는 독립을 하기 위한 아주 기초적인 일에 지나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아직 해야할 일이 많구나.

첫번째로 정리 할 일은 직장에서 어디까지 지식과 경험을 얻고 독립을 할 것인가 였다. 누구는 좀 더 디테일이 있는 사무실에 다녀서 내실을 다진 후에, 누구는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경험 한 후에, 누구는 계약되는 프로젝트가 생긴 뒤에, 누구는 경영하는 법을 좀 더 익힌 후에 독립을 하겠다고 했다. 난 그 생각들과 반대로 움직여보기로 했다. 물론 모든 것들을 갖추고 시작하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60대가 되어도 독립하지 못할 것 같다. 몇 년전에 남미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는 결혼도 하기 전, 직장도 그만두고 떠날 수 있었던 그 일을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많은 것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떨 땐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과장 팀장 5년보다 소장 1년이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하지 않나. 다만, 그렇다고 무턱대로 다니고 있는 사무실을 그만 둘 수 없으니 자금 마련과 독립 준비의 기간으로 삼고 1년직 계약직을 찾아 이직을 하게 된다. 계약직은 그만두기에 용이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혹시나 더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까봐 애초에 기간을 정해놓기로 한다. 이제 4월이면 1년이 되는 기간이니 지나간 이야기가 아닌 진행 되는 일들을 여기에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두번째로 정해야 할 일은 사무실의 큰 방향과 내가 하고 싶은 운영계획이다. 이 부분은 오래동안 생각한 것들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므로 다음 글에 천천히 하나씩 적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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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으로 독립생존기 1

2021. 2. 2.

건축학과의 건축학도였을 때부터 막연히 사무실을 운영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나의 꿈을 펼칠 공간이라는 생각에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학교를 졸업한지도 8년이 지나고 건축사를 취득한 뒤 건축가로 독립하려는 이 시점에

학생 때의 감정이 얼마나 남아있나 되돌아보게 된다. 

 

작게나마 이 곳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남겨두면 도움이 될까 해서 시작을 해본다.

이 곳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고민과 생각을 적어갈 예정이며, 이 생각들이 모여서 앞으로 내가 추구해나가야 할 방향의 미세한 등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나중에 이 글들을 읽어보며 지금 가진 생각과 그때의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 나의 출발점에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무엇도 할 수 있는 공백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독립을 생각하면서부터 수많은 현실 문제들이 눈앞에 닥쳐오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꿈꾸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독립을 해야하는 당위성은 무엇인가. 독립하여 살아가는 건축가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 건축가로서 만들어 낼 작업들에게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이 질문들의 대답은 앞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대답해야 할 나의 숙제로 남겨두기로 한다.

 

우선은 다음 글은 시간을 조금 되돌려,

독립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건축사 면허 합격부터 천천히 되짚어 보려고 한다.

하나씩 생각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의 대답들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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